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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진한 멜로 영화 <화양연화>가 2020년 말 리마스터링 4K 버전으로 재개봉하였습니다. 영화의 정보와 다시 보며 인상 깊었던 연출 포인트, 후기를 전합니다. 

    이별에 대한 멜로 <화양연화> 정보

    2000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작품 <화양연화>는 당시의 톱스타 양조위와 장만옥을 캐스팅하여 성숙한 사랑과 이별을 아름답게 그린 멜로 로맨스 영화입니다. 같은 해 부산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했었고, 이 영화는 배우 양조위에게 제53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영화의 제목 "화양연화"는 한자 뜻 그대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진한 여운이 남을 만큼 아름답게 영상 속에 담았습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 "In The Mood For Love"는 가수 브라이언 페리의 노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곡명에서 따왔습니다. 최근에 방영한 인기 드라마에서도 영화 <화양연화>의 유명한 씬과 음악을 오마주한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기 있었던 영화 음악의 힘은 실제로 강렬하여, 이제는 멜로디의 첫마디만 들어도 이 영화를 바로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하는 계단에서 흘러나오던 바이올린 연주곡 "Yumeji's Theme" 뿐 아니라 미국의 재즈 가수 Nat King Cole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일품인 "Quizas Quizas Quizas"를 저도 내내 반복해서 들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1960년대 홍콩의 모습, 그리고 총 46벌에 달하는 장만옥의 매력적인 치파오 패션을 볼 수 있는 묘미와 향수가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왕가위 감독의 연출 포인트

    왕가위 감독은 그 만의 독특한 영상미로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끈 홍콩 영화계의 대표 감독입니다. 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함, 고독에 대한 주제를 로맨스, 드라마 장르로 연출해 왔습니다. 내레이션과 독백을 자주 활용하고, 영화 음악도 노련하게 선곡할 줄 아는 20세기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영상 연출력을 보여준 작품 중에 하나가 바로 <화양연화>입니다. 왕가위 감독과 장숙평 미술감독의 완벽한 미장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냈다고 호평받았습니다. 정말 시각적으로 한 장면, 한 장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감독의 의도 하에 장면에 배치된 배우의 구도, 의상, 소품, 조명과 색감 그 모든 것이 충분히 감각적입니다. 몇몇 순간은 다시 보고 싶어서 리플레이를 누르기도 했습니다. 양조위가 연기한 주모운의 담배 연기가 사무실 천장으로 흩어져가는 장면,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을 느린 속도로 보여주는 화면과 고조되는 음악, 전통 의상 치파오를 입은 아름다운 장만옥의 실루엣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별도 연습이 될까요? 둘의 이별에 대한 상황극이 결국 진짜 스크린 속의 이별 그 순간이었음을 표현해 낸 감독의 연출 방법도 탁월했습니다. 국수, 담배, 슬리퍼 등 일상 속 그들만의 메타포였던 영화 장치들도 이 영화를 다시 보며 즐겼던 부분입니다. 

     

    리마스터링 버전 후기

    불과 2년 전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 영화계도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2000년작 <화양연화>가 20년 만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당시 10만 관객이 모였습니다. 선명한 화면과 고음질로 다시 만나게 된 이 영화를 보며, 저는 20대 때 동일 작품을 보았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공감과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진한 애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 작품 자체가 시간이 흐르는 게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영화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빈티지한 복고 감성의 영화가 이번 리마스터링 버전을 통해 색채와 음색을 더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기존 작품과의 가장 큰 차이는 색감인 것 같습니다. 예전 기억과 포스터만 봐도 2000년작의 경우 붉은 톤 위주인데, 이번 리마스터링 버전의 경우 전체 영상 및 배우들의 의상, 배경 등이 확연히 녹색 톤으로 보입니다. 이런 차이에 대한 후기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어 보입니다. 저는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의 아름다웠던 시간을 고화질로 보니,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고 리마스터링 버전 영상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왓챠에서 선공개했고, 지금은 넷플릭스에서도 4K 버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느린 호흡이지만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집중시키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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